윤석열 대통령은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했다. 7년 만에 행사된 대통령 거부권의 대상이 절박한 농민들의 민생법안이란 사실에 기가막힐 뿐이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국회 입법권에 대한 무시를 넘어 농민들의 생존권과 식량주권에 대한 포기선언이나 다름없다. 윤석열 정부와 여당은 민주당이 7건의 개정안을 발의하고, 6개월 넘게 법안 심사가 진행되는 동안 단 한 건의 대안도 제시하지 않았다.
쌀은 50만 농가가 생산하고 5천만 국민이 소비하는 사실상 공공재, 필수재이며 전체 농업생산액 중 쌀 생산액이 16.9%, 전체 농가 중 쌀 생산 농가의 비중이 51.6%나 되는 우리 농업의 핵심 품목이자 지역경제를 지탱하는 뿌리이다.
2022년 9월 25일 산지쌀값은 80kg 기준 16만 1,572원까지 떨어졌습니다. 전년 수확기 21만 4,140원 대비 무려 24.5%가 폭락해 45년만에 최대 폭락 기록하였다.
평년작에도 쌀은 약 20만톤 구조적 과잉 상태인데, 논타작물재배지원사업 제도화를 통해 쌀의 구조적 공급과잉 문제 해소, 식량자급률 제고를 위해 벼 및 타작물의 재배면적을 연도별로 관리하고 관련 지원책을 수립해야한다.
쌀시장격리 의무화는 쌀 초과생산량이 3% 이상 되어 쌀값 하락이 예상되는 경우 또는 쌀값이 평년가격보다 5%이상 하락한 경우 초과생산량 매입 의무화하여 쌀값을 안정시키는 제도이다.
이에 쌀자동시장격리제를 통해 소모적 정쟁을 차단하고, 수급안정장치로서 제 기능을 도모해야한다.
쌀값정상화법은 쌀 생산조정과 병행을 통해 시장격리 일상화가 아닌 최소화가 목적이다. 다만 작황 등으로 일시적 과잉이 발생할 경우를 대비하여 시장격리를 통한 신속한 해소 수단의 법제화가 필요하다.
쌀 생산조정제는 2011년~2013년에도 3년간 논소득기반다양화라는 사업으로 시행. 연간 생산량과 신곡 수요량 격차가 최소화된 구간이 바로 2011~2013, 2018~2020년으로 2008년 이후 유일하게 시장격리가 발생하지 않았던 6년과 일치합니다. 즉 쌀 생산조정제(논타작물재배지원사업) 시행을 통해 과잉물량이 해소됐고, 시장격리를 할 요인 자체가 해소되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정부 대책은 예산 등에 있어 미흡한 측면이 크고 정책의 연속성, 일관성이 떨어짐으로 상시 추진을 위한 양곡관리법( 쌀시장격리 의무화, 논타작물재배지원사업 병행) 개정이 필요하다.
문재인 정부 역시 생산단계부터 다른 작물 재배를 권장해 쌀 과잉생산을 사전에 해결함으로써 폭락한 쌀값을 정상화시킨 바 있다. 이러한 ‘저비용 고효율’ 정책은 오히려 시장격리 최소화법으로 정부가 쌍수 들고 환영해야 할 대안이다.
이런 개정안의 취지와 쌀의 중요성을 국민은 이해하고 공감했지만, 정부는 매몰차게 외면했다. 정부의 대대적인 홍보전에도 불구하고, 양곡관리법에 대한 찬성 여론이 66.5%에 이르고, 거부권 행사를 반대하는 여론도 55.2%로 찬성보다 20%포인트 가까이 높았다.
대통령을 향한 민심과 농심의 명령이 이런데도, 정부가 거부권 행사의 명분으로 삼고 있는 농업계 의견수렴의 실체는 더욱 경악스럽다. 제출한 자료를 보니,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1월까지 간담회 참석자가 고작 58명이라고 한다. 개별 접촉은 있어도, 공개적인 의견수렴은 없었다는 자백이다. 참석자도, 반대 단체도 떳떳하게 밝히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그 흔한 여론조사도 실시하지 않았다.
윤석열 정부의 비정함은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국한되는 게 아니다. 농촌소멸과 지방소멸이라는 위기 앞에 하나가 되어도 모자랄 농민들을 지도부와 현장으로 갈라치고, 쌀농사 짓는 농민들과 다른 작목을 재배하는 농민들 간의 갈등을 부추겼다. 정부가 할퀴고 간 깊은 상흔의 뒤처리조차도 농민들의 몫으로 떠넘겨 버렸다.
WTO, FTA등 농업의 희생을 기반으로 대한민국은 무역대국 경제대국을 이루었다. 국가가 수입쌀 해외 원조 적극사용과 산업에서 벌어들인 세입재원을 농업보존 지원정책에 적극 투여하여야 한다. 농촌 농업의 지원을 통해 식량안보 지방소멸의 위기도 돌파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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